어린 시절의 기억엔 뒷동산에 오르면 신작로 너머로 멀리 기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고 기차의 기적 소리는 항상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그 시절 기차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새로운 출발을 약속해 주는 수단을 의미하였다. 친숙한 고향은 안정감은 있지만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하기만 하였다. 철이 없었던 까닭이었겠지. 어려운 가정형편에는 눈을 감아 버리고 무조건 서울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떼를 썼었다. 다행히 부모님의 바람은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었기 때문에 나와 여동생은 무한한 동경으로 가슴이 부풀어 서울에 유학하게 되었다. 넉넉하지 못한 자취 생활이 때로는 우리를 힘들고 슬프게 했지만 부모님의 성실한 노력을 생각하면서 사춘기를 알차게 보냈다. 학습과 문예, 미술, 연극, 웅변 등의 분야에서 상을 탔고 부모님은 상장을 받아보는 보람으로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고통이지만 독립심과 책임감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런 환경은 오히려 자아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접할 수 있었고 인간성에의 탐구는 내가 좋아하던 문학과 연극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연출을 하였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개개인이 다 다르고 삶의 모습도 다르다.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볼 때는 고정된 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로 그들을 표현할 수 있다.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그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삶, 또는 살아가고 싶었던 삶을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대신 보여주는 것으로 나는 인생의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연극을 기획하는 일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꿈을 펼치는 길이며, 내가 가진 능력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