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제 3 유형(성과주의자) 내담자 제 3 유형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보이길 원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자신의 맹점을 은폐시킨다. 한계점이나 취약점들은 자기가 행하는 일이나 성과, 혹은 결과 안에 결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이러한 결점들이 자기존재의 심각한 결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제 3 유형들에 있어 내면의 자기는 하나의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불완전한 행동들은 그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불분명한 내면의 자기가 범한 실패를 의미한다고 간주한다. 제 3 유형 사람들은 스스로가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될 것을 염려한다. 그들은 자기의 무능력함과 불완전성에 대해 염려하는 것이 자기를 무기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자기 연민을 두려워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만일 유능하지 못하면 자기 힘으로 자기 존재를 조종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 내면의 심연에는 결핍 상태가 자리잡아 이들은 자기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이방인과 살고 있다고 느낀다. 자기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자기 내면에 거주하는 이방인은 제 2 유형이 지닌 내면적 존재보다는 실질적인 존재이다. 제 2 유형 사람들이 남을 돌보는 행동 이외에 자기 존재의 현실 자체를 의문시하며, 때로는 자신의 내면을 빈 공백으로 표현하는 반면, 3 유형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불분명한 존재를 인정하며, 마치 타자와의 관계처럼 자기 내면의 존재와 어떠한 식으로든 관계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면의 자기’란 기껏해야 스스로가 외적 행위의 관찰을 통해 어렴풋이 느끼는 미지의 존재일 뿐이다. 이것은 최악의 경우 분노의 폭발을 통해 예기치 못한 기분을 유발하거나 거리감과 회피감을 야기하는 철창에 갇힌 괴물같은 존재이다. 이러한 내면의 자기는 간혹 조종되기 힘든 정체로 드러난다. 제 3 유형의 사람들이 집착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내면적 자기는 아주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자기와의 관계에 쏟아 부으면 외적인 성과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데 이러한 입장은 제 3 유형이 영적 지도 중에 취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지도 과정 중에 본능적으로 성과들이나 결과들을 주시하여 그것들을 근거로 자기 자신이나 지도 과정을 평가하려고 한다. 사실 영적 지도는 제 3 유형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유발한다. 그들은 보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는 눈먼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들에게 내면의 자기를 알려주는 유용한 방법은 자기의 신체에 대한 느낌을 체험하도록 “감각 여기저기를 더듬어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신체적인 긴장이나 이완, 혹은 집중이나 동요 등을 의식하게 될 때, 그들은 분석적인 시각으로부터 체험상의 이해로 발전하는 길을 찾게 된다. 그리하여 정서적 차원의 삶으로 이끌 수 있는데 정서적 차원의 삶이란 이처럼 신체 반응을 통해 내면의 움직임에 대한 의식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제 3 유형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면서,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자기의 지시를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이 예상과 달리 반감이나 불쾌감을 드러낼 때, 의아해 하며 화를 낸다. 왜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성취하려 하지 않는 걸까? 건강이 나쁘다거나 반감을 갖는 것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 제 3 유형 사람들 스스로가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일을 추진하려 하고 어떠한 역경에서도 자신의 추진력을 멈추려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불이행을 용납할 수 없다. 대부분의 2/3/4 유형 사람들은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3번 유형의 의문은 2/3/4 사람들이 무능함에 관해 던지는 의문들 중 하나에 속한다. 제 3 유형 사람들의 죄의식은 “내가 뭔가 잘못했음이 분명한데, 그게 도대체 뭘까?” 라는 성격을 지닌다. 그들은 자기 내면과 접하지 못하는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관심에 집착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자기가 발견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까봐 불안해한다. 스스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느낄 때에는, 자기가 처한 인간 관계의 문제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2/3/4 유형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제 3 유형 사람들이 지닌 죄의식은 대인관계와 연관되며, 자기가 타자에게 제공하는 불충분한 현존을 어렴풋이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또한 그들은 자기의 행위를 자기 존재와 동일시한다. 따라서 자기의 특정한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을 드러내는 것처럼 인식된다. 자기를 보다 분명히 의식하게 될 때, 제 3 유형 사람들은 기만(deception)이 자기 삶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주제인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기만하는 첫 번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자신을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유능하고 효율적이며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는 현실에 맞추어 조정된다. 즉 그것은 자기가 지닌 한계점들이 은폐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다 완전한 의식과 자기 수용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처럼 은폐된 기만을 폭로한다. 그러한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제 3 유형 사람들은 기만을 벗어나 진실을 찾기 위해 무분별할 정도로 열성을 보인다. 그러한 태도는 자기와 타자를 향한 공격적인 분노로도 표출되는데 사실상 그러한 태도는 유아기에 사회 적응을 위해 사용되었던 기만적 자기 이미지를 또 하나의 기만적 이미지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러한 새로운 역할을 통해 자신의 솔직한 용기를 입증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하나의 역할, 즉 자기가 타자들 가운데서 발견한 진실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이 또 하나의 겉치레라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도달한 통찰을 타자에게 의식적으로 내세우려 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 얽매이지 않고, 지도자를 비롯한 가상의 타자로부터 자유롭게 자기 대화를 일구어 갈 때, 내면적 발전과 변화로 간다.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이나 안전, 혹은 도덕적 결백 등과 같은 문제에 몰두하는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비교할 때, 제3유형이 더 이기적 성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타자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이들의 성향은 나르시즘적 차원의 또 다른 요소이다. 타 유형의 사람들은 대개 자기 내면의 생각을 자기 안에 간직하는 반면, 제 3 유형 사람들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온갖 것들을 드러낸다. 따라서 지도자는 이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모든 자아 도취 현상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이들을 허풍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 정체성을 주변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 규정시킴으로써, 내외적 청중들에게 자기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 만일 친구나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특정 방면에서 탁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은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역시 탁월하게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개 그들은 내면의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자기의 성공적인 관계들이나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이는 근원적 확신의 결여에서 비롯되는 성향인데 제 3 유형 사람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긍정적 두둔의 분위기는 지도 과정에서 3번 내담자들에게 필요한 요소로 간주되기 쉽다. 지도자가 3번 내담자의 모든 면을 긍정하는 것은 결코 진실하지 못한 자세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담자에게 유익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3번 유형 내담자가 지도자의 존재를 망각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까? 이들은 더 이상 유능한 내담자의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지도자에게 투영되는 자기 이미지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또한 지도자가 자기에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 더 이상 헤아리지 않아도 된다. 대신 그는 현실 그대로의 것, 즉 자기의 고유한 체험이 진정 어떠한 것인지를 질문하게 된다. 그처럼 부각되지 않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지도자가 3번 내담자에게 제공해야 할 책임을 과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는 무대 뒤 어디에선가 구심점이 되어 3번 내담자와 현존하면서, 일순간 내면의 장막을 뚫고 나타날지도 모를 괴물에 대한 내담자의 두려움을 다스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지도자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전부이다. 지도자는 내담자 옆에 서서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내면의 괴물을 직시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3번 유형의 내담자들은 자기 내면의 괴물에 압도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이제까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3번 내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지도 시간이 아무리 힘겨웠어도 내담자가 두발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위안일 것이다. 그럴 때, 3번 내담자는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온전한 진실성을 추구하게 된다. 4.제 4 유형(낭만주의자) 내담자 4번 사람들의 성향은 외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타자와의 관계 유지를 통해 구제될 수 없다(unredeemable)고 느끼기 때문이다. 절망은 제 4 유형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그들은 어떠한 관계도 완전할 수 없다는 비관적 태도에 사로잡힌다. 설령 완전한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것이 시공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모든 관계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떤 필수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필수적 요소란 충만하고 구체적인 체험이다. 그러므로 4번 유형은 평범한 현실 대신에 과장된 정서 세계를 선택하여 자기 존재의 의미나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의식에 집착한다. 4번 사람들은 스스로가 지닌 비현실적 성향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을 자기 주위로부터 내몰기도 한다. 4번 사람들은 2/3번 사람들보다 자기 충족적이고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관계는 그들에게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한 관계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때때로 타자에게 접근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자에게서 물러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성쇠 과정에서 파악하며 그것에 의미와 중요성을 부과하면서 삶의 희열이나 비극에 통합시키는 4번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들이나 행동들을 절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자기 감정이나 행동을 절대화시키면서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완전한 투신 아니면 완전한 고립, 최고의 행복 아니면 극도의 절망이라는 식의 극단적 태도로 삶을 도식화시킨다. 4번 유형의 내담자들은 지도 과정 중에서 ‘지금 여기’의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매달리곤 한다. 사실 그들은 현재에 직면할 수 없는 자기의 무력함에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지도자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4번 내담자들이 느끼는 현재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해야 하며, 그러한 이해의 중요성을 내담자들에게 피력해야 한다. 지도 과정 중에 4번 내담자들은 의미있다고 여기는 자기 감정을 요약하며 자기가 지각한 것들을 철학적 경구들이나 결론들로 제시한다. 이럴 때 지도자는 내담자가 자기감정으로부터 유리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4번 내담자들은 그러한 노력으로써 자기들이 매우 중시하는 내외적 조화 상태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타자와 저속한 정서적 차원을 공유하기 꺼려한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자기가 4번 내담자의 현실과 체험으로부터 유리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4번 내담자가 자기를 현실로부터 격리시키면서, 모호하고 감상적인 요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불안과 좌절 등의 감정을 요약하는 행위는 4번 유형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행하는 삶의 정제(精製)이다. 이는 어떤 특별한 예술적 재능 때문이 아니라, 자기 삶의 모든 것을 다듬질하고 꾸미는 성향에서 나오는 기질이다. 이들은 타자가 자기의 계획과 각본대로 반응하지 않을 때, 관계 자체가 문제로 느껴진다. 분노가 느껴질 때 그들은 관계를 파괴할 수 있는 분노의 감정을 점검한 뒤, 가능한 한 정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면서 자기 감정의 타당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비이성적 감정의 폭발을 막는다. 4번 사람들은 삶을 가공하려는 성향 때문에 스스로 쉽게 절망에 빠져 타자와의 의사 소통에 있어 오해와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게 될 때, 그들은 인위적으로 체험을 조성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삶에 대해 자유로운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종잡을 수 없이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제 4 유형 사람들은 종종 이러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로는 자기의 고유한 미적 세계를 구축할 능력을 단념하거나 걸림돌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러한 절망을 통해 자기 수용에 도달해야 하는 동시에, ‘있는 그대로’ 현실과의 균열을 극복해야 한다. 지도자는 4번 유형 내담자들의 말을 듣는 동안, 때때로 도덕과 무관한 듯한 표현을 접하게 되지만 사실 그들은 엄격한 도덕적 기준들을 지녔으며 그 기준들에 헌신적이다. 그들은 성장과 활력을 촉진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수용하려 하며, 그것을 동기로 하여 진정한 정서적 체험을 열렬히 추구한다. 리소는 4번 사람들이 무엇인가 자기에게 근본적인 잘못이 있지만 스스로 그것에 직면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잘못이란 자기와 외부 세계의 매끄러운 조화를 비현실적이고 왜곡되게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조화롭지 못한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다. 만일 타자로부터 짜증이나 좌절, 혹은 분노의 반응이 표출될 경우, 그것이 자기가 고상함이나 아름다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조화로운 흐름을 갈망하는 성향으로 인해 상황에 맞는 세심한 옷차림이나 심미적인 글쓰기를 선호하고, 지도 시간을 원활한 시작-발전-해결로 매듭지으려고 애쓴다. 4번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저속한 감정들과 신체, 신체 작용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다. 그들은 보다 성숙한 자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기 혐오가 타자들을 내쫓는 원인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그럴 때 지도자는 4번 내담자들이 지레 두려워하고 있는 체험을 함께 견디어나갈 의향을 피력해야 한다. 그들은 추악함에 대한 체험으로 인해 혐오와 절망으로 치닫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한편 지도자는 그들이 만든 시나리오의 한 배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함께 머무는 것과 조종당하는 것의 차이를 분별하면서 동반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4번 내담자들을 이해하고 그 이해한 부분들을 그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면, 내담자들은 또 하나의 완전한 관계를 조성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그들이 다시 절망에 빠졌다 해도, 지도자의 지속적인 현존은 자기를 절망에서 구해낼 수 있는 힘으로서 다가올 것이다.